- 이우혁 세계관
1998년에 들녘 출판사에서 출판된 '퇴마록'으로 유명한 이우혁 작가님의 조선의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왜란 종결자는 초판본으로 총 6권을 마지막으로 완결이 되었고 이후 2015년에 엘릭시르에서 다시 3권으로 묶은 개정판이 출판되었다.
위 개정판에서는 '유계 정벌기'라는 외전이 수록되어 있으며, 현재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이우혁 작가님의 '온 - The Whole' 이라는 웹소설과 스토리와 이어진다. 작가의 신작 '온 - The Whole'은 구조적으로 '퇴마록'과 '왜란종결자'의 동시 속편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야기의 시점은 가장 태초의 이야기이며, 이우혁 세계관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온 - The Whole' 이우혁 작가님 작품 중 가장 큰 스케일이며, 개정판 왜란종결자 외전 '유계 정벌기'에서 타락한 자와 대화하고 사라졌던 은동(왜란종결자 주인공)이 퇴마록 세계관의 말세편 어딘가로 보이는 시간대에서 이현암(퇴마록 주인공)을 만난다. 그리고 '온'이라는 물건으로 지구의 역사에 대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 세계관 역시 이우혁 작가의 '치우천왕기'라는 작품보다 더 과거 시간대의 '호모'들 전투 이야기인 태초의 세계관이다.
세계관의 시간대를 정리하자면 '온 - The Whole'> '치우천왕기' > '왜란종결자'> '퇴마록'으로 정리를 해볼 수 있다.
개정판에서의 수많은 떡밥들은 '온 - The Whole'의 밑밥이 된 셈.
- 왜란종결자 책 소개
장르 소설책 좀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퇴마록'은 생소한 단어가 아닐 것이다. 심지어 책과 거리가 먼 친구들도 '퇴마록'이란 소설은 알고 있다. 중앙교육, 대한교과서, 지학사에서 출판한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렸으며, 영화화도 되었다. 퇴마록을 소재로 한 온라인 게임도 만들어졌었다. 하지만 영화와 게임의 흥행 결과는 처참했다.
'당시 퇴마록을 주제로 만든 게임의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된 영상.'
'왜란종결자'는 퇴마록을 출판하던 중 집필한 작품으로 '치우천왕기'와 함께 독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왜란종결자는 98년 출간된 작품으로, 이우혁의 '후속작'이라 알려지며 100만부 이상 팔렸다. 장르 소설 100만부는 결코 작은 수가 아니지만, 10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진 퇴마록과는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사실상 퇴마록의 인기에 비해서 '비교적' 덜 알려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 나의 '뇌피셜'이지만, 퇴마록 완결 이후에 나온 책이 아니라 집필 도중 나온 책이다 보니 들녘 출판사의 홍보가 적극적이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치우천왕기와 퇴마록 사이 시간대의 이야기이며, 이우혁 작가의 작품들을 연결하는 '우주 8계 세계관' 이야기의 중간에 들어가 그 중심을 잡는 역할이라 볼 수 있다. 이우혁 소설의 세계관인 '신계, 성계, 광계, 생계, 사계, 유계, 환계, 마계'를 일컫는 '우주 8계'의 개념을 가장 많이 설명해놓은 책이라서 이야기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필요한 소설이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적 고증을 토대로 허구의 이야기를 끼워 넣은 방식의 역사 판타지물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고, 작가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당시로서 할 수 있는 나름 충실한 고증을 서술했다. 하지만 당시 조선의 전쟁 대비 상황이나 일본군의 전략, 전투 묘사에 관한 부분에선 미비한 점이 많으며, 이우혁 작가가 징비록 기록만 살피고 방대한 실록 기록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서 생긴 오류도 존재한다.
-간략한 줄거리
마계의 음모에 의해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되고, 이로서 천기가 어그러지게 된다. 전쟁통에 엄마를 잃고, 아빠를 찾아 나선 '은동',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지기 시작한 혼들을 추적하는 사계의 저승사자 '태을', 800년간 도를 닦은 호랑이 '흑호', 우주 8계를 통틀어 상대할 자가 없다는 강력한 존재인 환계의 환수 '호유화'. 넷이서 어그러진 천기를 바로잡기 위해 왜란을 종결할 '왜란종결자'를 찾아서 보호해야 한다.
-세계관 설정
'신 성 광 생 사 유 환 마'를 통틀어 '우주 8계'라고 칭한다. 왜란종결자에서는 이 우주8계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혀있다. 엄청나게 방대한 설정이며 계 하나를 하나의 우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정이 애매모호하지 않고, 직관적이다.
-신계
자체가 하나의 세계이자 하나의 생명인 세계. 8계의 지도자이자 우두머리다. 해당 우주에 개입하는 일이 수만 년을 살아온 성계의 존재들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나, 한번 개입하게 되면 우주 전체에 영향을 주는 큰 사건을 결정지을 정도로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다고 한다.
-성계
천기를 창조하는 세계. 생계의 인간이 우화등선하면 이곳으로 오게 된다. 신장들과 선녀들이 소속된 곳이기도 하며 천기를 정리하고 우주의 흐름을 관할하는 곳이다.
-광계
흔히들 무협소설에서 언급되는 깨달음을 얻게 된 인간이 우화등선하여 가게 되는 세계다. 빛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극히 순수한 존재들이 살고 있다. 작 중에서 많은 수의 인원을 무력 동원이 가능한 마계의 출입구를 전부 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본다면 무력 또한 강력한 세계라 볼 수 있다.
-생계
우리가 사는 세계를 작품에선 생계라고 설정해 놓았다. 자체적으로 세계 속에서 생명이 창조가 가능한 곳은 신계와 생계뿐이고 신계를 제외하고 성계, 광계, 사계 등 다른 세계의 인물들은 생계에서 파생되어 나온 존재들이라고 한다. 당연하게도 이야기 세계관의 핵심이 되는 세계로, 신계에서 최초의 창조가 일어난 이후 모든 우주의 모습은 생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생계가 선하게 성장해 나간다면 신계가 되어 다시금 최초의 창조를 일으켜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내고, 반대로 악하게 성장해 나간다면 마계가 되어 전 우주를 파멸시켜 우주의 순환을 끝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한다.
-사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간이 죽어서 가게 된다는 사후세계. 즉, '저승'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세계의 모습은 인간의 믿음에 따라서 바뀌며, 사계에서 인간은 '심판'을 받고 윤회하지만 동물의 경우 바로 윤회를 거친다. 저승사자들은 모종의 이유로 윤회를 포기하고 사계에 머물게 된 자들로, 세심천의 물을 마시고 생계에서의 기억은 잊어버린 상태이다. 수장은 염라대왕이며, 유계나 마계같이 '악'한 세계가 아닌 단지 '어두운' 세계다. 8계의 죄수들을 수감하는 감옥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계
유계의 영들은 사계에서도 포기한, 벌 받을 자격조차 없는 악하고 하찮은 영 등이 무수히 모여있는 세계다. 유계의 우주는 별들이 죄다 플라스마 상태이며, 질 낮은 존재들이 하염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모양의 세계라고 한다. 존재 개인의 능력은 별 볼일이 없는 수준이지만, 그 수가 어마어마하고 본능적으로 무리를 이루기 때문에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유계의 대군이 사계의 접경에 몰려들자 사계는 저승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인원만 남기고 법력이 있는 존재 전부를 대치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개정판' 유계 정벌기의 무대가 되는 곳.
-환계
'반선반악'의 자유로운 존재들의 세계다. 생계에서 도를 깨우친 짐승들로 소속되어있다. 위치상으론 유계 마계 사이에 끼어 있지만, 두 계와 딱히 협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환계의 고수들 대부분은 생계의 인간들이 도 닦을 때 도움을 받아 득도한 존재들이라, 생계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계 같은 영의 세계에서는 영혼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생계처럼 육신의 지배를 받는 세계로 들어가면 육신이 생긴다고 한다.
-마계
혼돈 선인에 의해 태어났으며, 작중 만악의 근원. 마계의 주민들을 마수라 부르며, 힘을 중시하는 세계라 일일이 순위를 부여받는다. 참고로 1위부터 10위까지는 각각 1명씩이지만, 11위부터는 한 단계당 2배씩 숫자가 늘어난다. 마계는 많은 수의 강력한 존재들이 있다고 한다. 왜란종결자에선 음모의 중심이 되는 세력이다.
- 개인적 후기
설정상 주인공인 은동은 많이 어린아이로 나온다. 시간이 지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초반엔 어린 나이로 인해 몰입이 조금 힘든 부분도 있고, 어쩌면 다른 세명(호유화, 태을, 흑호)의 초인 주인공들과 비교해 인간적임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는 은동의 어리광을 부리는 장면은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작가의 역사 고증을 풀어서 이야기에 녹였다기보다는 부연설명처럼 뭉쳐 놓아서 소설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는 페이지가 많다. 물론 유익하고 지식엔 도움이 되는 이야기이겠지만, 나에겐 그런 부분들은 이야기를 처지게 만드는 '장치'처럼 보였다. 이우혁의 특기인 이야기 도중 시점 변환은 정말 좋았다. 한 인물 시점으로 이야기에 독자가 몰입하는 중, 다른 인물로 시점이 변환되면 독자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우혁의 특기답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시점 변환은 최근 양산형 소설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의 재미였다. 세계관 역시 읽은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는 훌륭한 또 하나의 이야기였고, 이순신의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는 부분은 호불호가 갈리겠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평가를 해 본다면 훌륭한 명작이라 평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나에겐 '최고로 재미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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